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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9-05 17:14
밀알사랑의캠프 소감문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62  

김수정 (고등학생 봉사자 )

 

 설레는 마음으로 15일 날 새벽에 모든 짐을 다 정리했다. 캐리어 앞부분 지퍼가 오는 중에 고장나버려 지하철에서 씨름했지만, 어쩔 수 없이 열린 채로 밀알에 도착했다. 발을 들였더니 모르는 장애인분들과 봉사자분들이 많았다. 내 짝은 저 분들 중에 내가 아시는 분이기를 처음에는 원했다. 성경간사님이 불러주신 내 짝은 처음 본 구희경 언니였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신 언니를 보며 “내가 저 분을 도와드릴 수나 있을까, 어떻게 친해지지” 등등 걱정 반, 그리고 휠체어를 타신 분을 처음 도와드려봐서 설레임 반을 가지고 출발했었던 것 같다.

언니랑 나랑은 둘 다 육체적으로 고되었지만, 같이 방도 쓰고 언니-동생 처럼 지내서 그런지 많이 친해졌다. 캠프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마지막 날에, 내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언니를 잘 챙기지 못했던 것 같아 죄송하다. 조장님이 수정씨 힘들다면서 희경언니 밥을 따로 챙겨 휠체어 분들을 위해 의자를 다 치어놓은 곳에서 밥을 드셔서 언니랑 밥도 셋째날부터는 같이 못 먹었던 것 같다. 언니가 “우리 오랜만에 같이 좀 먹자” 하는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희경언니는 다른 캠프를 갔다 오신 후 바로 밀알캠프로 오시게 되셨는데, 출발할 때는 “와! 그러시구나 재밌었어요?” 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희경언니에게 얼마나 체력적으로 힘들었었는지 캠프 중에 알게 되었다. 불편하실껀데도 앉은 채로 조셨는데 잠 오면 방으로 가자고 했지만은, 조원들이랑 다 같이 움직이는 것에 누를 끼치지 않으시려고 모든 프로그램에 다 참여하셨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 나에게 무언가 부탁할 때도 농담으로 “수정이 내 때문에 몸살 나는거 아니가” 하면서, 명령식 말투가 아닌 봉사자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사이에 이해심과 배려가 있었다. 캠프를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혜언니의 머리감기를 도와드리고, 저녁에는 목욕을 애진이와 같이 보조한 적이 있었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라, 처음 해보는 우리는 얼마나 세포하나하나가 긴장했는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났던 그 둘 사이의 해프닝 이후로는 애진이에게 미안해서 우리 조랑 있다가도 애진이가 보이면 괜찮냐고 묻게 되었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소중한 사람과 두 쪽 나누어 먹듯이, 애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란 생각에 같이 온 캠프였는데!! 다행히도 두 분의 사이는 화목해진 것(?) 같다.

우리 6조!! 서오수 오빠가 조별 모임 때 어떤 여자가 캠프에서 자신이 다가오니깐 막 가라고 소리를 쳤다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 때 들었을 때는 ‘그 여자 뭐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캠프 끝나고 누워 생각해보니 나도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막상 봉사캠프 4일 동안은 내 몸이 힘들고 이것이 나에게 ‘큰 일’인 것처럼 느껴져서 내 짝, 내 방 사람들, 부산밀알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였는데, 생각해보니 친근감 있게 먼저 다가오셨던 다른 장애인분들에게 쌀쌀맞게 군 적이 있었다. 진겸씨인가, 통곡을 하면서 예배드렸던 분. 처음에 친해졌었는데, 진겸씨가 조장님을 꽉 잡아 살짝 났던 피를 보고 생긴 편견 때문에 내가 계속 도망다니고 말대답도 하지 않았었다. 애진이 말을 들어보니 팔 힘을 잘 조절하지 못하신다고 했다. 상처를 주진 않았었는지.. 말과 행동에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경언니가 고대하셨던 도전골든벨, 무능한 나로 인해 상을 못 타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했다. 술술 써 내려가는 언니를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의 꿈을 내가 밝히면 안되겠지만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 6조의 ‘엄마’라고 불리신 언니의 그 수많은 유행어들(됐다마! 너네둘이 똑같이 상태 이상하다! 약먹을 시간 다됐나! 등등) 잊지 못할 것 같고, 사적으로도 계속 연락을 유지할 것 같다. 방이 갑갑하다고 해서 절대 안 들어간다고 했던 언니의 말로 조장님이랑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왠지 지금 생각해보니 언니가 했던 행동들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또, 단순히 봉사자에 의해 육체적인 보조만 받았었던 영석이 오빠가 말을 할 줄 아시고 웃으실 줄 아시는 분이라는 것을 희경언니로 인해 알았다. 희경언니는 장애인들과 소통하실 줄 아시는 분이었다. 덕분에 나는 영석이 오빠가 있을 때는 그 둘 사이에 끼지 못하는 왕따가 되어버렸다는!!!

우리 6조에 인상 깊은 분, 서오수 오빠! 이상하게 우리 6조에는 서오수, 전운주오빠(경기밀알) 두 분에게 정이 많이 갔던 것 같다. 두 분 다 목에 동그란 상처가 있었는데, 교통사고를 어렸을 때 당했다는 분과 후에 당했다는 것, 경기 밀알에서 서로를 지겹도록 본다는 그 두 분을 보니 왠지 모를 감정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팝송에서 ‘솔직함’이란 외로운 낱말이고 사람들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 팝송 가사에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는 요즘, 순수한 표정과 그 웃음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오수 오빠의 솔직함이 부럽기도 했다. ‘이제 정들어서 어떡해 우리 재혁이’ 라고 말하면서 손을 잡고 껴안으며 재혁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시던 오수 오빠의 모습, 오히려 그런 솔직함이 부러웠다. 비가 쏟아져 프로그램이 취소됐던 삼일 날, 서오수 오빠의 천진난만한 눈망울이나 현기오빠의 수다스러움을 보자니 이제 헤어짐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점점 슬퍼졌던 것 같다. 입에 모터가 달리신 듯, 똑같은 말을 반복 하셨던 수다쟁이 현기 오빠는 4일째날 밥 먹던 시간에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셨다. 조별 활동에서 유언장을 말하며 같이 운 동지였던 현기 오빠, 캠프 동안 서로 정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온 게 아쉽다! 다음에 밀알캠프를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6조 중 군대 가는 재혁이 빼고는 다 온다고 손을 들었으니 다시 와야 되지 않을까. 대학생이 되고 난 후의 밀알캠프는 나에게 또 다를 것 같은데, 이렇게 막상 적고 보니 나 혼자 애틋한가 싶기도 하다. 밀알캠프 갔다 온 후 몇 일 동안은 후유증이 있었던 것 같다. 교회 안 간지가 1년은 된 것 같은데, 오랜만에 장애인분들과 드리는 예배와 찬양들은 캠프 속에서 나에게 힘을 주었던 것 같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소감문을 수정하며 이어 쓰고 있는데, 오늘 학교에서 밀알 캠프 간 소감을 얘기했더니 애들이 박장대소 하며 웃기도 하고(물론, 이야기 내용이 웃긴 게 아니라 ‘내’가 웃겨서 애들이 웃은 거다.) 선생님은 이 때까지 들은 이야기 중 수정이 니가 이번 방학동안 마음의 선물을 많이 받고 돌아왔다며 애기해주셨다.

밀알캠프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에게 잊지 못할 경험인 것 같다. 캠프동안 ‘운동부족 고등학생’을 도와주신 모르는 분들 고마웠고, 봉사캠프 이후에도 봉사시간 인증 때문에 간사님에게 부탁한 일이 있었는데, 무언가 요구할 때는 정말 죄송스럽다. 밀알캠프에 있던 모든 봉사자분들, 모두들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신 것 같고 밀알에 항상 축복과 사랑이 넘치기를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 희경 언니에게도 많은 걸 배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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